나처럼 존재하는 사람, 삶을 살 줄 모르는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유형의 극소수의 인간에게는 일반적인 삶의 양식을 포기하고 오직 관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종교적인 삶이 무엇인지 모르며, 알 수도 없다. 인간은 이성으로 신을 믿는 것이 아니고 추상적인 믿음 자체가 불가능한데다가 추상적인 대상과 어떻게 교통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우리가 영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삶을 미학적인 대상으로 관조하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성대한 축제의 분위기를 외면하고, 신들에게는 냉담을, 인간에게는 경멸을 던지며, 우리는 그 어떤 의도도 없이 오직 느낌에 탐닉한다. 의미는 없어도 좋다. 우리의 뇌신경이 원하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