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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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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서른 살 中 유신론자처럼 무신론자도 죽는다 두 사람은 수줍게 머뭇거리며 나아간다 하느님의 두 손바닥으로 밤하늘 별로 만들어진 저울 위로 영혼의 무게는 똑같다 사이좋게 먹으려고 두 쪽으로 쪼개놓은 사과처럼 -무신론자 中 침묵에서 나온 것들은 모두 침묵으로 돌아간다 -고요한 저녁의 시 中 나는 너를 잊었다, 태양이 너무 빛났다 내 집 유리창이 녹아버린다, 벽들이 흘러내리고 시간의 계곡으로 나는 내려가고 싶다 … 무수한 어제들의 브리콜라주로 오늘의 화판을 메워야 한다 태양이 너무 빛났다, 어제와 장미 향기가 다 증발하기 전에 너를 그려야 한다 -어제 中 너를 보려고 이제 눈을 감아야 하나 -時 中

이별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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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당신은 언제 죽었고, 나는 또 언제 죽었나요? -두꺼운 무지개 中 상자 속에 상자 속에 상자 속에 …… 너는 얼마나 깊숙이 숨었니? 옷장에서 걸어 나와서 나는 오래 걸었어. 아주 오래된 일 같아. 옷장은 햇빛과 그림자 가득한 숲처럼 길을 잃게 해. 나는 도끼를 들고 옷장 속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여러 방향으로 나뉘는 빛처럼 쪼개지는데 -옷장의 보석 中 나는 같은 남자와 두 번 연애에 빠졌고 두 번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깨끗한 거리 中

나쁜 소년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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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中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제 죄와 잘 어울린다. 안된 일이지만 청춘은 갔다. -슬픈 빙하시대2 中 서 있는 자리가 바뀌지 않는 이상 죽어도 구원은 없다 -경계선의 나무들 中 비누를 만들 듯 폭탄을 만들어 내 사랑을 이룰 거야 이유는 묻지 마 침묵하자 불꽃놀이를 즐기면 그뿐 무엇으로 불꽃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날 이후 그게 생각이 나지 않아 다행이지 ─우린 참 묘한 시간 속에서 만난 거야 -파이트 클럽 中 사랑은 늘 황혼처럼 멀었다. -지층의 황혼 中 손을 다쳤다. 다행이다. 철학자를 한 명도 만들지 못했다는 토스카나의 태양 아래서 손의 통증이 없었다면 난 아마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고 있을 너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극사실주의 같은 풍경을 내려다보며 ..

오십 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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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5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오십 미터 中 소포엔 재난처럼 가버린 추억이 적혀있었다 하얀 망각이 당신을 덮칠 때도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을 거야 날 잊지 못하도록, 내가 잊지 못했던 것처럼 떨리며 떨리며 하얀 눈송이들이 추억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中 밤에 생긴 상처는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거진 中 새의 자유를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오늘도 선을 넘지 못했다─국경 2 中 후회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는 뻘에다 완성되지 못한 낱말들을 적었다. 생애를 다 볼 수 없었으므로 그 여름 낮게 날아가는 새들은 지저분한 털..

쇼코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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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쇼코가 내게 편지를 하지 않을 무렵부터 느꼈던 이상한 공허감. 쇼코에게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