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지

얼마 전부터 보리지 꽃망울이 심상치 않아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베란다에 나가 보니 곧 피어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어제), 두송이나 반짝 피어났다. 너무 기뻐서 소리 질렀음. 

그리고 또 오늘, 남은 아이들도 왕창 피어났다. 푸른빛이 감도는 보랏빛 별꽃들. 정말 예쁘다.

 

이 꽃은 사실 허브인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때부터 항우울제로 쓰인 약초로 술을 담가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쾌활초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모든 슬픔이나 고민을 잊게 해준다 믿었다고) 아니 근데 물론 절대 저런 이유 때문에 키운 것은 아니다. 가게에서 사용하던 허브인데 예뻐서 모종 샀을 뿐이고 배송 중에 검색해 보니 이런 효과가 있다고 해서 운명(?)을 느꼈을 뿐. 꽃말은 용기, 약리적 효능 때문에 생긴 꽃말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아 참고로 잎에선 오이향이 난다. 오이 노트를 가진 향수를 무조건 좋아하는 나는 이것마저 운명임을 느꼈음. (운명 참 좋아해)

퇴근하고 헐레벌떡 혼술하러 감. 이 가게 음식과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리고 대화하다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 부부가 나랑 동갑이었다. 동갑인 거 알자마자 막 손 잡고 신나하고 난리남. 몇 년 동안 원주에 친구 없어서 맨날 심심해 하다가 이젠 이렇게 지내는 것도 지긋지긋한 건지 최근엔 아무 가게 처들어가서 만들어서 나오는 중. 

 

그나저나 여자 혼자 술 마시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서울에선 별 말 없었는데 원주 와서는 이상한 취급 받으니까 서운하다. 아무튼 혼자 마시다가 상당히 불쾌한 일이 생겨서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게 됐는데 남자 사장님이 나 주시려고 굽고 계신 서비스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 굉장히 아쉬웠다. 

런치 때 갑자기 실장님이 산딸기 사오심. 맛있게 먹음. 

그리고 다음날인 어제, 아 어제 회식은 진짜 안 가려고 했는데(진짜로 진짜임) 남직원들끼리 간 회식 장소가 여기란 소리에 안주 뺏어 먹으려고 헐레벌떡 달려감. 사장님네랑 반갑게 인사하고 다음엔 동갑이니 말을 놓기로 했다!(여사장님이 말 놓자고 해서 기뻤다) 짱 좋아. 너무 좋아!

 

음... 그리고 어제 뭐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나를 제외한 타인의 이야기는 그냥 잊고 싶다(내 뇌에 남아서 좋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나 관련한 이야기는 피드백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긴 요즘 내가 화가 많긴 하다. 기질적 성격 탓에 업다운 심한 것도 맞고 이게 업무가 과해서 그렇다고 하기엔 전부 핑계다. 사람은 하려면 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따라서 조절 해야한다. 왜냐? 난 어른이니까! 그리고 나의 이런 성격은 단점이 될수도 있지만 장점 또한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앞에서 그때그때 이야기 하는 대신 뒷끝은 없고, 업다운이 있는 대신 동굴로 깊게 들어가진 않으므로 회복탄력성은 좋다. 그러므로 어떻게 다듬고 강약 조절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은 함께 근무하는 사람을 사수로서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에, 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서 건넨 이야기였기에 되도록이면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일은 가게 사람들이랑 계곡 간다. 이왕 가는 거! 어차피 가는 거! 신나게 놀아야지! 좋아. 그걸 해야 한다면 그걸 하는 걸로~ 아자자~ 그래! 분명 재밌을 거니까!